Summarit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하여.
35mm 50mm 75mm 90mm로 라인업된 현행의 Summarit은 분명 라이카의 패착중 하나로 인식되고있다. 물론 객관적인 지표로서 판매량이 어떠하다-라고 하는 부분은 나에게 전혀 없으나...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중고든 새것이든)볼 수 있는 절대적 숫자나 외국 사이트에서 판매를 위해 홍보되는 자료, 그것도 아니라면 각종 포럼에서 언급되는 절대수를 보자면 이것은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다.
한마디로... 진짜 절대적으로 망한 렌즈군이란 소리인데.... 아니 도대체 왜 그럴까?
냉정하게 보자면 35mm(길이 33.9mm, 직경 51.4mm, 무게 220g)와 50mm(길이 33mm, 직경 51.5mm, 무게 230g) Summarit의 디자인은 결코 나쁘지 않다. 둘 다 M의 모토인 경박단소와도 잘 들어맞는다. 2.5라는 조리개 수치는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쓰지 못할만큼 어두운것도 아니다. 가격도 애초에 Leica에서 표방했듯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렌즈의 표현력 부분이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사실상 렌즈를 구경도 제대로 못해보고 써보지도 못했기에 뭐라 쉽게 말할수는 없다. 그런데도 일단 무조건 팔려 나가지를 못한다. 아니 대체 왜?
혹시 패키지가 기존 라이카 렌즈들과는 달리 가죽파우치가 빠지고 단순히 직물파우치로 교체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렌즈 밝기가 어두워서? 아니다. 적어도 90mm렌즈를 기준으로 했을때 2.8 Elmarit가 단종된 시점에서 2.0 APO ASPH 라는 무시무시한 렌즈를 제외하고 2.5란 수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심지어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75mm 1.4 는 오래전에 단종되었고 크다! 무겁다! 비싸다! 3박자 완성품) 75mm 2.0 APO ASPH의 최신렌즈와 비교했을때 무게와 가격면에서 75mm Summarit는 분명 경쟁력이 있다. 35mm의 경우 2.0과 1.4렌즈의 가격차이만큼 2.5 렌즈는 충분히 저렴(?)했고 50mm의 경우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침동식 디자인의 2.8 Elmar-M과 비교하여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과 외형적인 차이에 의해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현실은 대참패.... 도대체 왜!?
내가 생각하는 Summarit의 최대 패착은 정말 무슨생각으로 걸어놓았는지 모를 최단촛점거리 제한에 있다.
먼저. 35mm 2.5와 50mm 2.5
35mm렌즈와 50mm렌즈는 라이카 렌즈들중 가장 화려한 족보를 가지고 있다. 요컨데 최신 렌즈가 아니어도 마음대로 골라 쓸만한 저렴한 구형 렌즈가 많다는 얘기인데 Summarit가 팔리기 위해서는 이런 올드렌즈들에 비춰 뭔가 설득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설득력의 테마는 "최신설계에 맞춘 작고 싼 그리고 어둡지만은 않은." 인 것이다. 사실 이 부분만 보자면 "상당히 OK" 였다. 후드의 착탈방식이나 후드 디자인은 좀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올드렌즈들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고 할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준수한 디자인의 35mm와 50mm Summarit은 (이 둘은 같은 형태의 디자인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외형이나 성능적인 면(챠트 수치상)에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그렇다면 분명히, "사용량이 많지 않은 화각의 백업용 렌즈"로 사용하거나 "처음 사용자용의 부담없는 렌즈"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였으나! "80cm의 벽"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Summarit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도 전에 스펙적 치명타를 날리고 말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단촛점거리가 70cm가 아니고 80cm인 것이 사용자에 따라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RF 카메라를 이미 사용중인 사용자들로서는 거의 공식처럼 지켜지는 최단촛점거리 70cm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이 부분이 특히 중요) 브레이크가 걸려있는 렌즈를 쉽사리 다른사람에게 추천하지는 못한다- 고 봐도 될 것이다. 70cm 조차도 매우 긴 최단촛점거리인데 딱히 그것 외에 아주 대단한 장점이 있는것도 아닌 [최신 입문용 저가형 렌즈](말이 좀 이상하게 꼬이지만...)는... 자신이 써보기에도,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에도 애매한 것이다.
75mm와 90mm의 경우
이 두 렌즈도 형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외관상 90%이상 일치하며 90mm(길이 66.5mm, 직경 55mm, 무게 360g)가 75mm(길이 60.5mm, 직경 55mm, 무게 345g)에 비하여 조금 더 길고(6mm) 무거울(15g) 뿐이다. 그리고 성능에 관해서라면 (그래프 지표만 놓고 봤을때)이 두 렌즈는 모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클론 디자인의 75mm, 90mm 모두 최신의 구면렌즈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과 반대(?)개념인 비구면 (APO Aspherical) 75mm, 90mm f2 Summicron이 존재한다... 매우 고가로...
그러나... 75mm Summicron의 최단 초점거리가 70cm인 반면 75mm Summarit의 경우 무려 90cm이다. "아앗!?"인 것이다. 75mm Summicron이 처음 발매될때 75mm Summilux의 애매한 75~80cm 최단촛점거리에 대비되는 70cm라는 획기(?)적인 촛점거리를 내세워 밝기가 한스텝 떨어진 것을 상쇄시켰던 터에.... 아무리 "가격대비 어쩔수 없이 집어넣은 성능상의 브레이크"라고 할지언정 Summarit에서 20cm를 줄여버린것은 렌즈의 매력을 20% 이상 하강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거기에 덧붙여 지금까지 절대 도입되지 않았던 포커스링에의 고무링 도입(띠용용)은 뭔가 모르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해주면서 매력 포인트를 팍팍팍 갉아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선전(?)하는 것은 90mm Summarit.
90mm 2.5 summarit이 출시되면서 아주 아슬아슬한 각격을 두고 라이카는 90mm Elmarit(길이 76mm, 직경 56.5mm, 무게 410g)을 단종시켜버렸다. 이것은 90mm Summarit이 Elmarit을 대처할만한 렌즈라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성능부분에서 Summarit은 Elmarit과 대등하거나 조금 더 나아 보인다. f 2.5 최대개방상태에서의 해상도는 Elmarit의 f 2.8 최대개방 해상도보다 40 lp/mm선의 약 10mm까지의 영역(즉 화면 가운데서부터 동심원으로 10mm까지)을 제외한 전 영역에서 좀 더 고른 성능지표를 보여준다. 다시말해 2.5인 최대개방에서도 중앙부의 해상력만 조금 떨어질 뿐 전체적으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얘기이며 이것은 조리개를 조이면 조일수록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길이가 1cm가까이 짧아지고 직경도 가늘어졌으며 무게도 50g 가벼워진 Summarit이 이정도의 성능지표를 보여준다면 Elmarit의 퇴역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하다.
그리고 90mm Summarit이 다른 Summarit렌즈들과 비교해 재미있는 점은 이제까지의 모든 라이카 90mm렌즈들처럼(Macro-Elmar-M제외) 최단촛점거리가 다행히(?) 1m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성능면에서 모든것을 압도하는 90mm APO Summicrom ASPH와 동등한(!) 최단촛점거리이니 다른 Summarit군과 비교하여 '손해본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자. 하지만 이런 훌륭한(?) 90mm Summarit도 나름대로의 약점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역시 외형적인 부분이다. 언제 어떻게 떨어져 나갈지 모를(정말로 떨어져 나간다. 고무링 이라는 것은!) 포커스링의 고무링과 비록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제외 되어버린 내장 후드등이 그것이다. 이 외형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가격대비 성능으로 봤을때 90mm Summarit은 매우 타당한 선택이 될 수 있다. - 라지만 역시 인기없음으로 고전중인듯 해 보인다.
"멋지군....응?" 이제까지의 라이카와는 거리가 멀었던 고무링. 혹은 고무후드를 사용했던 90mm Tele-Elmarit이 딱히 시원치 못했었기에 고무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걸까?!
라이카는 신규유져가 시장에 진입하게 하기 위하여-라는 목적으로 Summarit라인을 출시한다고 하였었는데, 기실 다른 부분들이야 어떻다고 하더라도 최단촛점거리에서의 성능 브레이크를 걸지 말았어야 한다. 라는 생각이다. 이미 라이카 렌즈의 선택은 단순한 가격에 기반한 문제가 아니라 밝기를 비롯한 렌즈의 표현력과 크기, 디자인 무게등 아주 복잡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40년씩 지난 올드스쿨 렌즈들이 지금도 꾸준히 거래되며 애용될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Summarit은 일부러 성능상 제약을 갖도록 제작된 아주 수상한(?)케이스의 렌즈이다. 그 본래의 이유는 결코 나로서는 알 수 없겠지만 분명 그 이유로 인하여 기존 사용자에게도, 신규 사용자에게도 선택의 여지를 너무 크게 잃었기에, Summarit은 고전하고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