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니면 워터맨 혹은 비스콘티.

...은 훼이크고 이건 로트링 아트펜.


펜은, 글을 쓰기위한 도구이다. 더 넓은 의미로 다시 고쳐말하자면 펜은 문자를 쓰기 위한 도구이며 동시에 선에서 시작하여 형태로 끝나는 어떤 종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이다. 그러나 그런식으로 의미가 광범위해지면 얘기가 2500배정도 복잡해지니 펜을 "글을 쓰기위한 도구"라고 한정지어 놓는것이 아무래도 편하다.

펜의 세계에선 워터맨, 그라 폰 파버카스텔이나 비스콘티로 통하는 일련의 고가(그리그 그 흔한 명칭으로는 '명품') 제품군이 있다. 단순히 그들의 가장 비싼 펜인 만년필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샤프, 볼펜 혹은 수성펜 등 모든 펜들의 가격대는 상당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개, 상아등 특수한 소재의 세공을 거치거나, 융의 심리학적 모티브까지 적용시키며 일종의 state of art로 완성된 그런 펜들에게, 메커니컬한 성능상 모나미 153볼펜을 압도하냐? 라거나 5,000원짜리 펜텔 샤프보다 나은게 뭐냐? 그것도 아니면 로트링 0.3미리 세필펜 보다 더 얇게라도 써지는가? 라고 묻는다면... 허... 거 참. 이다.

물론 볼펜이나 만년필에 관해 "물론 그 펜들이 종이 위를 지나가는 느낌은 153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만년필의 경우 꼭 종이는 로디아정도는 써 주셔야 하고 워터맨 만년필이라고 해도 카렌다쉬 정도 잉크를 써주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펜의 감촉을 느끼기 좋죠. 혹 아시나 모르겠지만 만년필의 현대적 카트릿지의 길을 제시한건 워터맨 입니다. 마치 라이카가 135포맷을 제시했던 것 처럼..." 라고 어느정도 명쾌(?)하게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오... 그렇군요!" 와 "아... 그정도 비용이라면 153을 만자루 사고 깍뚝 원고지를 3만권 사서 맘대로 쓰겠어요!"도 있을수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그 관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런 외적인 상황과는 다른 어떤 내적인 문제로의 접근이 1mm 라도 이뤄지면 이런식의 의문을 갖게되는것이 '사람의 사고'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저렇게 비싼 펜을 사용하면, 정말(누가 정말 그렇다고 했는가는 의문이지만) 글자가 아주 이쁘게 써지고, 또 아름다운 문장이 술술 써지나요?"

일반적인 견지에서 용납(?)되기 힘든 가격의 펜을 사용한다고 하는 상황에 대한 비꼼의 해학이 들어갔건 그렇지 않건간에 저런 의문을 품게 되는것이 아마도 사람의 사고 이리라- 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대답은 "아뇨!? 당연히 아니죠!"다. 글자를 예쁘게 쓸 줄 아는 스킬은 펜의 성능(혹은 가격)과는 별개의 것이다. 당연히 아름다운 문장도 펜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심지어 글자를 예쁘게 쓸 줄 아는것과 문장이 아름다운것 또한 또다른 문제다. 이것은 커피와 스콘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각각 별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며 또한 가격도 제각각인것 처럼 심플한 문제다. 굳이 논리학의 필요충분조건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가끔은 이 당연한 별개의 문제들이 조금 이상한 형태로 엮여든다. 세상만사 모든것이 01의 형태로 디지털라이즈화 되지 않았듯(혹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경우의 수가 무량대수에 가깝게 많을터이다) 각각의 가치 척도들이 이상한 조합으로 재탄생 하게된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유려한 문장을 위해 워터맨 세레니떼를 쓰면 될까요? 그런데 왜 꼭 펜촉을 관리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153처럼 똑딱 버튼으로 나오면 참 편할텐데. 아니면 그 외 6색 종합 볼펜 있잖아요... 그런 방식이라면 좋을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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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doh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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