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급해 버스 VS 느릿느릿 버스
서울시내 버스의 평균적인 [운전스타일속도](속도 및 차선 변경 및 정류장 대기 등등등을 몽땅 합쳐놓은 느낌) 를 10으로 가정했을 때, 몇몇 버스들은 거의 15-16 정도의 미칠듯이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버스의 경우 나는 “급해급해 버스” 혹은 “미칠듯한 스피드의 버스” 그것도 아니면 “신난다 버스”라고 부른다.
반대로 평균 속도 10에 훨씬 못미치는 4-5 정도의 속도를 보여주는 느릿느릿 버스도 있는데 이런 버스는 “만만디 버스”, “아이구 버스” 등으로 부른다.
급해급해 버스는 신호등의 불빛이 노랑에서 빨강으로 변하는 순간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교차로(혹은 횡단보도)를 넘나들고, 차선 변경쯤이야 3차로는 우습다. 눈치와 통밥으로 정류장에 탈것 같은 사람이 없음과 동시에 하차벨이 눌려져 있지 않으면 0.023초간 머뭇거린후 가차없이 지나가고, 눈앞에 “이것은 느릿한 녀석이다!” 라는 느낌을 주는 무언가가 있을때는 번개같이 추월한다.
하지만 반대로, 느릿느릿 버스는 진짜 말 그대로 정반대인데…… 분명히 파란 신호등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템포를 슬쩍 늦추다가 노란불로 바뀔라 치면 “신난다!” 하는 기분으로 멈춰선다. 게다가 뭔가 모르게 평균적인 버스와는 달리 미칠듯한 양보운전을 하기 시작한다. 정류장에서는 문을 기쁜 마음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며 최후의 1인까지 승차시키다가, 저 앞 교차로의 신호등이 노랑으로 바뀌는듯 싶으면 역시 “껄껄껄!” 하는 느낌으로 멈춰버리고 에어브레이크까지 걸어버리는 것이다. 푸쉭!
으음!
평균에 비교하여 이렇게 절대적으로 이상한(혹은 매우 당연한) 버스들이 생기는 이유는, 각 버스 드라이버들의 운전기술이 매우 뛰어나거나, 혹은 초보이기 때문이 절대 아니다. 이런 현상의 핵심은 블랙홀처럼 예측불허인 교통상황 때문에 생기는 “배차시간 지켜주기” 에 있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버스는 대충 5-6분에 한대씩 차고지에서 출발해 코스를 빙글빙글 도는데, 것참, 운전이란걸 하다보면 요상하게 정말 신호가 한 개도 걸리지 않거나(혹은 그 반대!)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혼자서 컨트롤 할 수 없는 귀신이 곡할 노릇들이 생겨서 앞차와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거나, 혹은 너무 가까워지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앞차와 간격이 많이 벌어졌을 때 버스는 “급해급해 버스”로 급변신하고, 반대의 경우는 “느릿느릿 버스”로 변신하는데……
사람이란게 참으로 간사하여, 약속시간에 간당간당하다! 라는 상황일때는 내가 탄 버스가 급해급해 버스이길 바란다. 그런경우 신호도, 차선도, 정류장도 무시하고 달려주는 버스에 뭔가 모를 카타르시스마저 느끼며 “우홧! 신난다!” 라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약속시간에 간당간당할 때 급히 집어탄 버스가 느릿느릿 버스인 경우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으악! 지금 이 신호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떡하냐고!’ 라거나 ‘야! 평소에 몰듯이라도 좀 몰아줘!’ 라는 상황이 되면 “아이구 맙소사” 이다.
하지만 또 완---------전히 바꿔 생각할때가 당연히 있다.
왠지 마음이 느긋하고 몸도 나른하여 버스 안에서 한숨 자거나 약속시간까지 여유가 있는경우 급해급해 버스를 탔다면, ‘우왓! 좀 천천히 가라!’, ‘피곤한데 목적지까지 좀 편하게 잠자게 해줘!’, ‘버스가 이래서 서울 교통이 엉망이라고!’ 라고 뻔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저런 상황에서 느릿느릿을 탄다면, ‘하하하, 참 서울도 살만한 곳이로군요!’ 하는 착각을 잠시동안 하게 되는것이다.
허허허, 쳇, 사람은 역시 간사하지 않습니까?
오늘 같은 경우 정말정말 모든일이 잘 안풀려 몸에 피곤까지 겹쳤는데, 사람이 가득 찬 버스가 심지어 느릿느릿 버스였다. 아 정말! 이러면 곤란하다고! 그리하여, 몇 년동안 혼자 생각한 급해급해버스와 느릿느릿버스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었습니다.